전체 글 (1) 썸네일형 리스트형 노란 개나리 1 해방의 빛, 그늘에 선 영혼금산의 어느 가을1948년 겨울 전라도 고흥군 금산. 처가의 허름한 초가집에 숨어 지내던 강두석은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새벽 빛에 눈을 뜬다. 손등의 굳은살 사이로 번진 잉크 자국—그는 러시아 시인 알렉산드르 블로크 시집을 꺼내 들었다. "폭풍우 같은 시대, 시는 총알보다 강하다" 는 구절 아래 붉은 밑줄이 흔들린다. 문짝이 들썩이는 소리. 포승줄이 차가운 손목을 감싼다. "두석 씨, 해방 됐다며? 그런데 어째서 아직도 반딧불이처럼 숨어 다니나?" 경찰의 비웃음이 방 안을 메운다. 그의 등에 닿은 총구는 해방 후에도 변하지 않은 권력의 냉기를 전한다. 1941년, 광주 형무소. 철창 사이로 스며드는 새벽 빛이 두석의 얼굴에 닿았다. 손가락 끝이 닳아내릴 듯 벽을 파고든 .. 이전 1 다음